판결문에서 문학활동 하는 판사님

판결문에서 문학활동 하는 판사님

Comments 댓글 이미지 등록 : [이미지주소]

- 욕설, 비방, 어그로 댓글 작성 시 통보 없이 삭제됩니다. (신고 부탁합니다.)

은하계 2022.01.25 19:13
(4) 공과금 몇 만원이 없어 단전된 싸늘한 월세 방에서, 몇 달치 치 월세가 밀려서, 누군가에게 배신당해서, 사랑하는 이가 죽어서, 억울한 일을 당해서, 아무도 곁에 없어서… 누군가 생을 끝내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수많은 이가 무수한 이유로 스스로 목 숨을 끊고 있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그저 관성적으로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죽는다. 살인과 강간이 끊이지 않고, 매일 서너 명이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익명이라는 베일 뒤에 숨어 저주를 퍼붓고, 서로 무시하고, 외면하고, 홀대하고, 핍박하고, 착취하는 이 세상을 두고 차마 아름답고 살만한 곳이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모진 삶을 계속 이어나가는 이유는 세상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세상이 부조리하고 엉망진창임에도 우리가 미련스럽게 살아가는 이유는, 그것이 무릇 모든 숨탄 것들의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살고 싶다. 그 절대적이고 원초적인 욕망을 넘어설 수 있는 고통이, 이처럼 자주, 이처럼 도처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생활고로, 우울증으로 세상에서 고립된 채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는 한 우리는 결코 잘 살고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은하계 2022.01.25 19:14
들어가서 읽어보면 알겠지만 논문 한 편 쓰셨네~
우리햇살 2022.01.25 23:32
제프 딕슨은 일찍이 ‘우리 시대의 역설’이라는 시(일부 발췌)에서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 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 / 너무 적게 웃고 / 너무 빨리 운전하고 / 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 /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 / 생활비 버는 법은 배웠지만 / 어떻게 가치 있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고 / 인생을 사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은 상실했다 / 달에 갔다 왔지만 /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 졌다 /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을 부수지는 못 한다 / 키는 커졌지만 인품은 왜소해지고 / 이익은 더 많이 추구하지만 / 사람과의 관계는 더 나빠졌다”고, 통렬히 지적한 바 있다.

제프 딕슨의 시에 빗대 말하자면, 우리는 어떤 시대보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너무 많이 연결되어 있어 너무 많은 단절의 두려움을 느끼고, 세상과의 접촉은 쉬워졌지만, 그로 인해 너무 많은 질병에 전염되고 너무 큰 상처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어느 시대보다 많은 정보로 넘쳐 나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타인의 행복을 너무 많이 보게 하고 우리를 타인과 너무 쉽게 비교하게 만든다. 결국 우리는 너무 많이 절망에 빠지고, 너무 많은 소외를 겪는다. 댓글과 좋아요, 구독자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타인의 고통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단 한명의 진지한 청자(聽者)는 찾아보기 어렵다.
투파파 2022.01.26 13:27
직접 들어가서 봤는데 대단하시네요.
진짜 논문 한편을 쓰셨네요.
마지막 요약도 훌륭했습니다
자유게시판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추천
19224 한문철tv) 지가 박고 지가 뒤집어짐 댓글+4 2022.04.07 16:25 8818 1
19223 아시아 부모에게 있어 의사라는 직업의 의미 댓글+1 2022.04.06 16:51 5366 3
19222 레딧에서 호평을 받은 한국 음식 댓글+2 2022.04.06 16:50 6745 1
19221 갑작스럽게 제니랑 영상통화하고 자괴감에 현타온 기안84 댓글+2 2022.04.06 16:48 6253 4
19220 바다를 처음 보는 할머니들 댓글+4 2022.04.06 16:46 7667 3
19219 남자도, 여자도 모두 놀란 임창정 정식 댓글+9 2022.04.06 16:45 22678 8
19218 영화 감독이 말하는 관객들 찐후기 들을 수 있는 장소 댓글+1 2022.04.06 16:40 5182 0
19217 아기 설표 몸무게 재기 2022.04.06 16:38 4654 6
19216 레이저 게이밍 헤드폰 덕분에 목숨을 구한 미국소년 2022.04.06 16:36 4419 2
19215 부산 롯데월드에 있는 롯데리아 뷰 댓글+4 2022.04.06 16:34 8576 1
19214 조선 알코올 중독자 레전드 댓글+3 2022.04.06 16:33 7478 5
19213 스타트업은 체계가 없다는데, 무슨 체계가 없다는 건가요? 댓글+2 2022.04.06 16:31 5597 0
19212 스필버그 감독이 찍다 멘붕하고 작품 풍이 달라지기 시작한 영화 댓글+2 2022.04.06 16:29 5652 2
19211 키 2미터라 슬프다는 고딩 댓글+2 2022.04.06 16:28 5375 0
19210 연애 초반 식사 모습 댓글+3 2022.04.06 16:27 7704 11
19209 1박2일에서 평론가 모셔놓고 한 일 댓글+2 2022.04.06 16:27 509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