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처음 보는 할머니들

바다를 처음 보는 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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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1 옵티머스프리마 2022.04.06 23:35
내가 아주 어릴 때 아버지가 많이 아프셔서 집이 조금 어려웠음..

아버지가 몸이 나은 뒤에도...부모님다 먹고 살기 바빠서 어디 놀러다니지도 못하셨고.
기껏해야 인근 계곡이나 유원지 당일치기 간게 다였음.

그러다 내가 고1 떄인 1997년에 아버지 친구분이 제주도 공짜 티켓이 몇장 생겨서 우리가족 처음으로 비행기를 탈 기회가 생겼었는데...비행기는 구경도 못하고 돌아왔었음.
그날 폭풍이 와서 김포공항에만 10시간 정도 대가하다가 그냥 돌아왔음...
돌아 오는 차안이 얼마나 조용하던지...

그래도 누나랑 나는 수학여행으로 비행기도 타보고 친구들하고 20대에 이곳저곳 다녀봤고, 아버지도 결혼 전에 많이 다녀 보셨지만....엄마는 정말 어디 다녀본 적이 없었음.
그걸 아들이라고는 하나 있는게 몰랐으니...

그러다 내가 군대 전역 후 직장생활 하면서...돈이 조금 모이니까 그제서야 우리 가족이 제대로 여행한번 못한게 눈에 들어왔음.
그래서 97년도에 못 갔던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됐지...

첫 가족여행에서 내가 가장 신기했던게....엄마가 차에 타서 잠을 안 잔다는 거였음.
우리 엄마는 차 타고 20분만 가도 그 사이에 무조건 잠이 드시고 머리가 어딘가에 닿으면 5분안에 잠드시는 분인데...제주도 여행 4박5일 내내 차에서 단 한번도 잠드는 걸 못 봤음....
창밖을 보면서 얼마나 좋아하시던지....아빠도 엄마의 그런 모습을 처음봐서인지 엄청 신기해 했었음.
이렇게 좋아하시는 걸 이제야....

울 엄마가 정말 고민 없이 사시는 분임..."돈이야 당연히 많으면 좋지...그런데 없으면 아껴쓰면 돼. 안 사면 돼..."이러는 분임...
누가 쓰던 걸 주면 그냥 감사히 받아 오시는 분이고, 길가다 누가 버린 냄비도 주은거라며 당당히 들고 오시는 분임. 당연히 그런걸로 남들 눈치도 안 봄...(그 때문에 아빠만 속이 터지 곤 함...)

그런 분이지만 내가 27년을 살면서 본 엄마 모습 중에 제주도 여행 때가 가장 행복한 표정있었음.
진짜 그 여행 이후에....엄마가 고민이 없다고 행복한건 아니었구나...하고 깨달았음.

아마도 나는 무의식 중에 "엄마가 고민이 없으니 행복할 거라고...."
내가 편하기 위해 "그냥 엄마는 행복하다..."라고 정의 하고 살았던거지...
그걸 아는 순간 정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었음. 꼭, 아주 부끄러운 내 모습을 만천하에 들킨 기분이랄까...
여행 이후에 엄마에 대해서 누나랑도 꽤 자주...많이 이야기 했었음...

그래서 그 이후로 꾸준히 가족여행을 가고 있음. 해외는 한번 뿐이 었지만, 국내는 진짜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엄마는 여전히 여행을 너무 좋아하시고...지금 65세이신데, 아직도 바다를 보면 5살 아기처럼 좋아 하시니...

몇년 전에는 캠핑갔다가 악천후에 타프는 이미 날아갔고, 코펠은 나뒹굴고...누나가 있던 텐트가 뽑혀서 아빠랑 나랑 매형이 옴믐으로 텐트에 매달린 적이 있었음....그 여행으로 만신창이가 돼서 돌아 오는데...
엄마는 그 모습을 전부 카메라에 담으셨음...그걸 밤 늦게 돌아노는 차안에서 전체 카톡으로 날리심...ㅎㅎ
이런데 여행을 안 갈 수가 있나...

최근에는 불행이도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많이 못 갔었는데....얼마전에 아버지가 캠핑카를 구매하셨음...
(아버지 운세가 대기만성형인건지...환갑을 넘겨 하시는 일이 잘되셔서 요즘 세상 살 맛 나시는거 같아서 보기 좋음...)
울 엄마가 아담하고 통통하심...여행 중에 재미있는거 보면 어린 손주보다 먼저 뛰어가시는데...그때가 우리 가족이 제일 행복 할 때 임...

6월에 캠핑카 나오면 두분이 오래오래 여행 다니시면서 행복하셨으면 더 바랄게 없을거 같음.
캬캬캬캬캬이이이 2022.04.07 00:26
[@옵티머스프리마]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행복만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애후 2022.04.07 20:58
[@옵티머스프리마] 너무 보기좋습니다. 어머님도 너무 귀여우셔요 ㅋㅋㅋ
가정에 항상 좋은일만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오랜만에 어머니께 전화드려야겠네요 :)
windee 2022.04.07 21:05
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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