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인터뷰 중
―부모님의 지순한 사랑을 봐서 멜로 장르에는 관심이 없다고요?
“말이 그런 거죠. 저희 부모님이 두 분 다 병으로 돌아가셨는데. 제가 중 1~2학년 때였죠. 다 연초에 돌아가셨어요.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 몇 개월 동안 병간호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봤는데, 병간호하다가 병을 얻은 거 같아요. 제가 조금 있으면 아버지보다 더 많이 살거든요. 저희 부모님이 마흔에 돌아가셨으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젊은 나이에 사업 실패해서 재산 날리고, 아내 암 치료한다고 병원비로 남은 재산 다 날리고. 제가 볼 때는 술도 안 드시던 분인데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0개월 만에 돌아가셨는데, 제 생각에 그때 분명 아버지도 무지하게 아팠을 텐데 아내가 더 아플 테니까 자기 아픈 걸 참은 거예요.
그때 아버지가 남긴 일기장이 있는데, 그 일기장 보면 평생 동안 당신이 아내한테 잘못한 것만 계속 쓰면서 기도하는 이야기였어요. 저는 지금도 그거 보면 눈물이 나와서 한 번에 완독을 못해요. 승범이는 그 이야기 하는 거 너무 싫어해요.
저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같은 영화 못 봐요. 취향의 문제를 떠나서 집에 아픈 사람이 있을 때 가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아서 저는 그게 호러(horror·공포)영화 보는 것 같았어요. 승범이가 <수상한 고객들> 하고 나서 태도논란으로 난리 난 적이 있었거든요. 제가 영화를 보니까 왜 그런지 알겠더라고요. 얘가 멍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어요. 제 동생이나 저나 똑같이 가난에 대한 공포가 있어서 그 영화에서 묘사한 가난 때문에 사람이 자살까지 가는 과정이 동생을 그렇게 멍하게 만든 거예요.
저희 아버님이 마지막에 병원에 가시기 전에 바퀴벌레 약을 드셨거든요. 음독을 하셨어요. 몸은 아픈데 병원에 갈 수는 없고 노모와 아이 둘이 있는데 자기 살아 있는 게 오히려 짐이 되니까 차라리 죽으려고 하셨어요. 다행히 독은 다 배설돼서 빠져나가고 결국 사인은 자살이 아니라 암으로 인한 병사가 되셨는데. 그런 경험이 있는 동생한테 <수상한 고객들>은 멍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어요.”
인터뷰 출처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201108100041
방을 구하지 못해 할머니, 동생(류승범)과 함께 이삿짐과 함께
길에 나앉은적도 있을만큼 상당히 어렵게 살았다고 함
- 욕설, 비방, 어그로 댓글 작성 시 통보 없이 삭제됩니다. (신고 부탁합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촬영 당시 류승완 감독의 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