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0년대 초반
당시 지브리 스튜디오는
아무리 만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적어도 한 번쯤은 감상하거나 들어봤었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마녀배달부 키키` 등으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브리의 이사 스즈키 토시오는
이제는 늙은이들만 해 먹는 게 아니라
슬슬 젊은 인재들에게도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한다.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터치를 전혀 안 하는
청년들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자고 하는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스즈키 이사의 제안에
괜찮은 생각이라면서 기꺼이 승낙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지브리의 청년 애니메이터들이 제작하여 만들어진 작품이..
모치츠키 토모미 감독의
`바다가 들린다`(1993년 作)
모험과 판타지 장르만 만들던 지브리가
당시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10대들의 청춘 로맨스를 담은 이야기다.
바다가 들린다는 기존 지브리의 작품들보다는 비교적 덜 유명한 작품이지만,
당시 애니메이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절제된 실사영화 같은 독특한 스타일과
미려하고 아련한 이야기와 분위기는 대중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고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지브리의 작품들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당시 미야자키 감독은 이 작품을 보고 혼자만 크게 분노하게 되는데..
그렇다. 미야자키 감독은 누가 봐도 그냥 질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본 적도 없고,
당시에도 이미 50대 중년이었던 자신이 당대 청소년들의 애뜻한 이야기를 만들 수도 없어서
바다가 들린다의 첫 시사회에서 작품이 상영하는 내내
옆에 있던 모치츠키 감독에게
괜히 사춘기가 갓 온 중고생마냥 유치하고 이상한 트집이나 잡으면서 갈구고
그렇게 열등감과 질투심으로 인해 단단히 삐치고 열 받은 미야자키는
나 아직 안 죽었다고 후배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보란 듯이 청춘 로맨스물을 만들어 버리고 마는데..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지브리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미야자키 하야오가 각본/콘티로 참여)
`귀를 기울이면`(1995년 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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