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호령하는 선수가 2부리그로 떨어진 팀에 남는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당사자는 “떠나는 게 더 이상하다”고 말한다.
국가대표 골키퍼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의 이야기다. 김진현은 호주 아시안컵을 앞둔 올해 초 일본 J2리그로 강등된 세레소 오사카에 남기로 결정했다. 일본 현지에서도 떠날 것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줄기차게 나왔지만, 그의 선택은 정반대였다. 김진현은 지난 6일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강등당한 팀의 1군 선수가 무슨 면목으로 팀을 떠나겠느냐”며 “최소한의 책임감이라고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현은 프로축구 선수도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이 떠나지 않는데, 어떻게 선수가 떠날 생각을 하느냐는 것이다. 김진현은 “날 만나는 사람마다 하는 얘기가 ‘설마 남을 거야?’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한국에서 6~7년 몸 담은 팀이 2부리그로 강등됐을 때 이 팀을 떠날 수 있겠느냐고 다시 답하고 싶다. 단지 내가 뛰고 있는 곳이 일본이라고 해서 책임감없이 떠나는 것은 선수로선 있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김진현이라고 2부리그 잔류에 고민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한 나라의 국가대표로서 성장하려면 2부리그에서 뛰면 안 된다는 조언을 받을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직 주전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그로선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지적이기도 했다. 김진현은 “솔직히 전 아직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니 더 나은 리그에서 뛰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하지만 남자가 이렇게 책임감이 없으면 계속 포기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떠올랐다. 그래서 아시안컵을 떠나기 전에 ‘남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김진현의 올해 목표는 당연히 세레소 오사카의 J리그 복귀다. 김진현은 “세레소 오사카를 응원하는 팬들이 2부리그로 강등되더라도 떠나지 않겠다고 말하더라. 나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이젠 같이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며 “세레소 오사카에서 아직 부족한 내 능력을 같이 키우며 국가대표 골키퍼의 꿈도 같이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