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도 넣고 잘 하니까 조금씩 인정해주고 다가와 주더라고요. 그 때부터는 적응하기 한결 쉬웠죠."
입단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승우는 큰 싸움에도 한 번 휘말렸다.
유독 이승우의 기분을 건드리는 아프리카 출신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덩치가 커서 스페인 선수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존재였다. 하루는 그 친구가 훈련장에서 "치노"라며 또 속을 긁었다. 이승우는 본능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코치와 선수들이 다 지켜보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곧장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이승우의 KO 승. 그 뒤로 동료들은 이승우 뒤를 졸졸 따랐다.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바르셀로나 유망주들 사이에서 이승우가 대장 노릇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이승우는 조그만 체격답지 않게 매서운 주먹을 지녔다.
대동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부 동료가 상급생에게 얻어맞고 오자 이승우는 그를(상급생) 쓰레게 소각장으로 불러냈다. 일종의 맞장이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이승우는 한 대도 안 맞고 흠씬 두들겨 패줬다고 한다.
그는 "그 때는 정말 화가 났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가 큰 싸움을 한 건 이렇게 딱 두 번이다. 이런 강한 생존 본능과 승부근성 덕에 이승우는 바르셀로나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승우가 제 실력을 보여주자 텃세는 사라졌다.
그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한 명 한 명 모두 자부심이 엄청 강하다"면서도 "그래도 쿨하다. 실력으로 보여주면 다 인정한다. 저도 싸움이 아니라 실력으로 인정받은 거다"고 강조했다.
이승우는 스페인에서 겪었던 힘든 일들을 당시 한국에 있던 가족들에게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이영재씨는 "통화를 할 때면 늘 '잘 있다' '걱정마라'고 해서 정말 잘 지내는 줄 알았다. 스페인으로 이사를 가고 나서야 처음 알았다"고 털어놨다.
왜 가족에게 SOS를 보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승우는 "가족들에게 내색해서 풀릴 일도 아니고 바뀌는 것도 없다. 그러려면 맨날 투정만 부려야 하는데 그럴 수도 없다. 마음고생할 시간에 언어공부라도 한 번 더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