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은퇴식은 너무 오래됐다며 미소짓던 박찬호는 "저도 떠날 때 망설임이 있었고 또 내일 경기가 없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나고 두려워지더라. 시련 속에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더 행복한 것 같다. 은퇴를 하고 나니까 알겠더라"고 말문을 연 박찬호는 "내일 경기에 임하는 두려움보다도 은퇴 이후의 허탈함이 힘들었고 (박)세리도 그런 것을 겪을 것이다. 특히 '세리 키즈'들의 활약이 특히 대단하다. 저도 은퇴 이후에 느꼈지만 후배들이 활약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지금 그렇게 하지 못 하는 것이 나 자신에게 안타깝고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나 때문에 저 친구가 잘 하고 저와 같은 길을 가는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찬호는 "세리에게 '너와 나는 나무다'는 얘기를 했다. 우린 열매였던 적이 없었다. 나무가 크게 자라서 후배들이 열매를 맺었다. 우린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무일 수밖에 없었다. 열매들이 또 다른 씨앗을 뿌려서 울창한 숲을 이루게 우리가 그 일을 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세리도 공감했다. 은퇴도 사실 용기가 필요하다. 세리가 선수 옷을 벗는 것이지 골프를 떠날 수는 없다. 지도자로 조언자로, 팬으로 바뀌는 것이다"면서 설명했다.
"한국 사람들이 어려울 때 박찬호, 박세리가 영웅 역할을 했다. 그 영웅이라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의지하고 싶은 것이다. 특히 교포들에 그랬다. 전 손톱깎이에 코리아가 적혀있고 컴퓨터 모니터에 삼성이 적혀있고 현대차가 지나가면 굉장히 위안이 됐다. 세리는 그 이상의 몇 백배 더 큰 위안, 의지가 되는 '코리아'와 같은 브랜드 역할을 했다. 선수들과 골프 경기를 보면서 세리를 한국인이라고 얘기했을 때 굉장히 뿌듯했다. 내가 혼자서 이뤄야 할 일이 있었다는 어려움을 세리가 함께 밀어줬다. 지금 코리아라는 브랜드는 스포츠가 질을 높여놓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원하진 않았지만 나라에 대한 사명감,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인연이 있다. 그린 필드 안의 동반자 같다"며 "또 같은 고향 홍보대사를 하면서 소통하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는 박찬호는 "영광스러웠다. 골프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세리의 의미와 가치를 더 깊이 느끼게 됐다. 골프 선수와 투수는 똑같다. 외로움, 철학, 고달픔을 알 것 같다. 플레이 할 때 심리적인 것들이 똑같다"면서 골프 선수와 야구 선수로 뿐만이 아니라, 선구자로서의 고독함을 함께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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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깝더라....
진짜 좋은분 만나셔서 행복하셨으면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