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에게 건강을'
건강만큼은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세계보건기구의 표어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인 빈곤층은 아파도 제때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싼 의료비 때문에 의료 사각지대에 내몰린 겁니다.
이 같은 건강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파격적인 실험이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극한의 비용 절감으로 의료 서비스의 수혜자를 늘리고 있는 인도 나라야나 병원을 취재했습니다.
빈민들이 모여사는 인도 델리 외곽의 무허가 판자촌.
사람 두 명이 함께 지나가기도 좁은 골목 안
9제곱미터 남짓한 반지하 단칸방에 세 사람이 살 정도로 거주 환경이 안 좋다.
구정물 도랑에 닿았던 호스에 아이가 입을 대고 물을 마시고,
밖에 내놓은 식기와 옷가지엔 파리가 들끓는 비위생적인 환경.
주민들은 콜레라, 이질 등 질병은 물론 부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인도의 빈민촌은 이처럼 쓰레기가 곳곳에 버려져 있고 상하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질병에 걸리기 쉽지만 치료비 때문에 병원을 찾긴 어렵다.
치료비가 저렴한 국공립 병원은 몰려드는 환자에 비해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언제나 북새통이다.
병원 밖 지하도에는 환자 수십 명이 자리를 깔고 노숙한다.
진료를 받으려면 심할 땐 며칠 동안 기다려야 하는데 숙박비가 없기 때문이다.
"빈곤과 질병의 악순환을 누군가가 끊어내야 한다"며 한 병원이 나섰다.
세계에서 가장 싼 병원, 나라야나 병원이 그 주인공이다.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싼 가격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자."
이 기치를 내건 나라야나 병원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유명하다.
후두암이나 인후암 수술비는 단 80만 원, 심장 수술도 2백만 원 대에 받을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 병원의 수십분의 1 가격이다.
"나라야나 병원이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하게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장의 생산 라인과 비슷한 독특한 수술법이 비용 절감의 핵심이다.
심장 수술의 경우 준비와 피부 절개 등 상대적으로 쉬운 부분은 보조의들이 맡는다.
숙련의는 심장에 직접 메스를 대는 최고난도 과정에만 투입된다.
그리고 이를 마치면 곧바로 다른 수술실에 투입된다.
나라야나 병원의 심장 전문의 인터뷰
이 방법으로 나라야나 병원의 의사들은 미국 의사들보다 6배나 많은 수술을 소화할 수 있다.
"박리다매로 싼값을 실현한 데다 수술 정확도도 높다"는 평가다.
비용 절감 두 번째 비법은 '다시 쓰고 아껴쓰기' 다.
선진국에서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집게와 관 등 수술 도구를 여기선 많게는 5번까지 재사용한다.
철저한 감독 아래 소독해 다시 쓰는 것이다.
또 MRI와 CT 등 값비싼 장비도 꼼꼼하게 정비해 한계 연한을 넘겨 사용하고,
주사기와 수술복 등 소모성 자재까지 인도 현지에서 3분의 1 가격에 조달한다.
입원비 역시 환자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인데, 이 때문에 환자를 일찍 퇴원시키는 게 병원의 방침이다.
대신 집에서도 기본 처치를 할 수 있게 붕대 갈이나 재활 운동 등을 환자 가족에게 가르친다.
아끼기만 하는 것이 병원의 경영법은 아니다.
대표적인 수익모델은 부유층을 위한 고급병동.
손님 응접실까지 갖춘 데다
환자 혼자 쓸 수 있는 고급병동이다.
나라야나 병원은 여기에서 버는 수익으로 초저가 병원의 비용을 충당한다.
저소득층이 이용하는 병동과 같은 의사가 똑같이 수술하지만 해외에서 환자들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단 "이 같은 초저가 의료 모델을 보건 위생 규정이 철저한 선진국에 도입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인구가 많은 저소득층 국가에서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김상균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캄보디아 사무소장의 의견
5년 전 문을 연 케이맨제도 지점을 시작으로 초저가 의료 모델을 세계에 전파하려는 나라야나 병원.
과연 건강의 불평등이라는 인류의 과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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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나 무릎 같은 곳은 비싸지만, 보험 적용이 풀로 되는 부위는 중증 진단받으면 5만원 이하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보험이 적용되느냐, 또 어디까지 적용되느냐 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