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상은 희망을 찾는데, 우리는 길을 잃는가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https://www.nytimes.com/2025/08/07/opinion/happiness-community-wealth.html
침울한 소식들 사이에서 반가운 소식 하나를 전한다. 전 세계적으로 삶이 나아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커지고 있다. 최근 갤럽이 142개국 국민에게 자신의 삶이 '번영하는지', '고군분투하는지', 혹은 '고통받는지' 물었다.
'번영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늘었다. '고통받는다'고 답한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7%까지 떨어져 2007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경향은 코소보, 베트남, 카자흐스탄, 파라과이 등 다양한 국가에서 웰빙 지수가 크게 오르는 등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났다.
안타깝게도 나쁜 소식도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웰빙 지수가 급격히 하락했는데, 바로 우리 얘기다. 미국, 캐나다, 서유럽, 호주, 뉴질랜드에서 번영을 느낀다고 답한 인구 비율이 줄고 있다. 2007년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67%가 번영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지금은 49%로 떨어졌다.
다시 말해, 세계 최고 수준의 생활 수준을 누리는 국가들에서 웰빙 지수가 가장 크게 하락하고 있다. 물론 개발도상국보다는 여전히 절대적인 웰빙 수준이 높지만, 그 하락 추세는 끔찍하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가장 중요한 사회적 흐름은 국가의 경제적 건전성과 사회적 건전성의 단절이었다. 이 기간 미국의 GDP는 급증했고, 임금은 올랐으며, 실업률은 낮았고, 소득 불평등은 줄었다. 하지만 동시에 자살률과 사회적 고립은 급증했고, 사회적 신뢰는 바닥을 쳤다. 올해 1월 갤럽 조사에서 삶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한 미국인의 비율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5년 에델만 신뢰도 보고서에 따르면, 다음 세대를 낙관하는 미국인은 30%에 불과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사람은 생활 수준이 오르고, 관계망이 촘촘하며, 삶의 목적과 의미가 뚜렷할 때 번영한다. 이 세 가지, 즉 경제적, 사회적, 정신적 요소는 건강한 사회를 뒷받침하는 신성한 삼위일체다.
갤럽의 댄 위터스는 사회적, 정신적 건강에 기여하는 요인들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번영하는 사람일수록 공동체에 강한 애착을 느끼고, 사는 곳에 자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종교 단체에 가입해 정기적으로 예배에 참석할 때 더 큰 웰빙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삶의 목적과 의미를 느끼는 것이 '5년 후 자신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게 하는 강력한 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웰빙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연구는 타일러 J 밴더윌 하버드대 교수와 바이런 존슨 베일러대 교수가 이끈 '글로벌 번영 연구(Global Flourishing Study)'다. 연구팀은 2022년부터 22개국 20만 명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이스라엘과 폴란드처럼 물질적, 사회적, 정신적 척도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소수의 국가가 있었다. 일본이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처럼 물질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국민이 뚜렷한 목적의식과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경향을 보이는 나라도 많았다. 반면 인도네시아, 멕시코, 필리핀 등은 경제적으로는 덜 부유하지만 사회적으로나 정신적으로는 매우 건강한 국가로 나타났다.
갤럽 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국가들은 전통적인 사회 구조와 가치 체계를 지키면서 생활 수준이 향상된 곳이다. 반면 미국처럼 웰빙 지수가 하락하는 국가들은 경제적으로는 괜찮지만, 사회적, 정신적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왜 부유한 국가들이 이렇게 뒤처지게 됐을까? 밴더윌은 이를 우선순위의 문제로 봤다. 그는 "결국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얻게 된다"며 "사회가 경제적 이익을 지향하면 어느 정도 성공하겠지만, 의미와 공동체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 서구 사회는 과하면 독이 되는 가치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왔다.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북미, 서유럽, 영어권 국가들은 문화적으로 나머지 세계와 다른 길을 걸었다. 1960년대 이후 세르비아 같은 동방 정교회 유럽 국가, 한국 같은 유교 국가, 멕시코 같은 가톨릭 라틴 국가에서 우세한 가치보다 더 세속적이고, 더 개인주의적이며, 더 자기표현 중심적인 가치를 채택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가치 변화를 겪은 국가들의 웰빙 지수는 하락했다. 반면, 이러한 변화에 저항한 국가들의 웰빙 지수는 향상됐다. 최근 서구 문화의 주된 흐름은 개인을 집단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었고, 이제 우리는 그 사회적, 정신적 대가를 치르고 있다.
특히 두 집단이 큰 타격을 입었다. 첫째는 젊은이들이다. 우리 기성세대는 적어도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공동체 활동의 쇠퇴를 다룬 로버트 퍼트넘의 저서)' 이전 시대를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더 불신이 팽배하고 파편화된 세상에서 성장해야 한다. 과거 사람들의 행복 수준은 U자 곡선을 그렸다. 젊을 때 행복했다가 중년에 떨어지고, 은퇴 즈음 다시 상승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제 곡선은 우하향하는 경사면에 가깝다. 젊을수록 불행하고, 중년은 그럭저럭이며, 노년에 가장 행복하다. '글로벌 번영 연구'에서 미국 젊은이들은 모든 연령대 중 최악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호주, 브라질, 독일, 스웨덴, 영국 등 다른 서구 국가의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
고통받는 또 다른 집단은 진보주의자, 특히 젊은 진보주의자들이다. 1972년 관련 연구가 시작된 이래 보수주의자는 진보주의자보다 거의 항상 더 행복했다. 결혼, 교회 출석, 자선, 애국심, 더 많은 성관계, 삶의 의미 등 행복과 관련된 활동을 할 가능성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경 무언가 변했다. 낮아진 행복 수준은 우울증과 정신 질환의 증가로 변질됐다. 이는 서로 관련은 있지만 다른 문제다. 그해 젊은 진보주의자들의 우울증 발병률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몇 년 후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증가세가 나타났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2024년 한 설문조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매우 보수적인' 대학생의 35%가 '시간의 절반 이상 정신 건강 문제로 고통받는다'고 답했는데, '매우 진보적인' 학생은 그 비율이 57%에 달했다.
이러한 우울증 증가의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그중 하나는 진보주의자들이 자율성과 사회적 자유라는 가치를 더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극단적 개인주의는 사회적, 정신적 건강에 해롭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분명히 하자. 바로 탐욕이다. 미국인들은 경제적 성공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인간의 번영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도덕적 조건을 등한시했다. 학교는 사회적, 정신적 지식보다 전문 지식을 가르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지배적인 가치관은 개인의 선택을 숭배하고, 선택에 앞서야 할 핵심적인 가치, 즉 가족, 이웃, 국가, 진실에 대한 헌신을 약화시킨다. 앞으로 해야 할 문화적 과제가 많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정치, 사회, 문화 트렌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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