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AI는 정신을 갉아먹는 정크푸드"

NYT "AI는 정신을 갉아먹는 정크푸드"

정말로 바보가 되려 하는가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논설위원


https://www.nytimes.com/2025/07/03/opinion/aritificial-intelligence-education.html




필자는 인공지능(AI)이 과학 연구, 의료 진단, 개인 교습, 그리고 내가 요즘 가장 애용하는 휴가 계획까지, 우리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대체로 낙관한다. 하지만 AI는 동시에 ‘노력 없는 탁월함’이라는 해로운 유혹을 건넨다. 힘든 과정 없이도 뛰어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최근 이 유혹의 실체를 드러내는 한 연구가 발표됐다. 표본 크기가 매우 작고 아직 동료 심사도 거치지 않았지만, 이 연구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끼던 사실을 뒷받침한다.


MIT의 나탈리야 코스미나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54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에세이를 쓰게 했다. 일부는 AI를 사용했고, 일부는 검색 엔진의 도움을 받았다(특정 분야 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검색 엔진으로 핵심 정보를 찾는 데 능숙하지 않다). 나머지는 오직 자신의 머리만으로 글을 썼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AI로 쓴 에세이에는 특정 인물, 장소, 연도, 정의에 대한 언급이 훨씬 많았다. 반면, 오직 자신의 뇌에 의존한 사람들의 글에는 이런 구체적인 정보가 60%나 적었다. 여기까지는 좋아 보인다.


하지만 AI로 쓴 에세이는 내용이 훨씬 획일적이었다. 반면, 자기 머리로 쓴 글은 더 다양한 주장과 관점을 담아냈다. 이후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쓴 글의 일부를 인용해달라고 요청했다. 거대언어모델(LLM) 사용자 중 약 83%는 자기 글을 인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자신이 ‘쓴’ 글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머릿속에 남은 것이 거의 없었던 셈이다. 검색 엔진 사용자는 그보다 나았고, 자기 머리만 쓴 사람들은 훨씬 더 수월하게 인용했다.


자기 글을 직접 쓴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결과물에 대한 주인의식을 느꼈다. 반면 AI 사용자 중 자신의 작업에 완전한 주인의식을 느낀 사람은 훨씬 적었다. 연구 저자들은 이 부분을 이렇게 요약한다.


‘뇌만 사용한 그룹은 인지적 부담은 컸지만, 더 깊은 학습 효과와 결과물에 대한 강한 정체성을 보였다. 검색 엔진 그룹은 노력과 결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적당한 내면화를 보여줬다. LLM 그룹은 도구의 효율성 덕을 봤지만, 기억의 흔적은 약했고 자기 점검은 줄었으며 저자로서의 정체성은 파편화됐다.’


즉, 노력이 클수록 보상도 크다. 효율이 높을수록 생각은 줄어든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부분은 이제부터다. 연구팀은 뇌파(EEG) 측정기로 참가자들의 뇌 활동을 들여다봤다. 자기 머리에만 의존한 사람들의 뇌는 여러 영역에 걸쳐 더 높은 연결성을 보였다. 검색 엔진 사용자는 뇌 연결성이 그보다 낮았고, AI 사용자는 가장 낮았다.


연구팀은 ‘동적 방향성 전달 함수(DDTF)’라는 기법을 사용했다. 이는 신경망의 일관성과 방향성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실행 기능, 주의력 조절 등 인지 과정과 관련이 있다. 뇌만 사용한 그룹의 DDTF 연결성이 가장 높았다. 검색 엔진 그룹은 그보다 34~48%, AI 그룹은 최대 55%까지 연결성이 낮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는 외부 보조 도구가 작업 수행뿐만 아니라 그 기저에 있는 인지 구조 자체를 재편한다는 견해를 뒷받침한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 저자들은 최근 공개 석상에서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과대 포장하지 않으려 조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신경과학계에는 “함께 활성화되는 뉴런은 함께 연결된다”는 격언이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힘들게 생각하는 과정이 정신적 능력을 강화한다. 봇을 이용해 대신 생각하게 하거나, 봇이 내놓은 결과물을 조금 다듬는 수준에 그치는 것은 ‘정신을 위한 빈 칼로리’에 불과하다. 스스로 배움의 기회를 박탈하고 지적 잠재력을 갉아먹는 행위다.


얼마나 많은 학생이 AI로 과제를 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오픈AI는 학생 3명 중 1명이 자사 제품을 쓴다고 밝혔다. 나는 이 수치가 터무니없이 낮다고 생각한다. 약 1년 전, 한 강의실의 대학생들에게 AI를 쓰는지 물었을 때 거의 모든 학생이 손을 들었다. 이 과정에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 있다. 처음에는 조사 도구로 AI를 쓰다가도, 시간에 쫓기고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어느새 AI가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게 된다. 지난달 유타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어떤 교수가 한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트럼프가 제기하는 위협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를 죽일 것은 AI이다.”


최근 화 슈 바드 칼리지 교수는 뉴요커에 “AI가 대학 작문 교육을 파괴한 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는 글을 기고해 이러한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알렉스라는 학생을 인터뷰했는데, 알렉스는 처음에는 AI를 노트 정리용으로만 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자 그 말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인정했다. “살면서 모든 종류의 글쓰기에 AI를 쓴다"고 한 그는 “여자애들한테 문자 보낼 때도 AI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960년대 대학생들은 일주일에 약 25시간의 과제를 부여받았지만, 2015년에는 그 시간이 15시간 정도로 줄었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광적으로 바쁘다. 내가 기억하는 학창시절보다 훨씬 더 바쁘며, 학업 외 활동이 학업을 압도한다. 그러니 그들은 교실에서 부과되는 사소한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시간을 절약해주는 기술을 쓸 수밖에 없다.


AI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동기의 문제로 귀결된다. 학생, 그리고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신경 쓰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일정을 비우는 것일까, 아니면 진정으로 배우는 것일까. 육체적으로 강해지고 싶다면 헬스장에 가야 한다. 좋은 판단력을 갖고 싶다면 스스로 읽고 써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AI를 활용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며, 새로운 주제를 숙고하는 등 더 많이 생각한다. AI를 이용해 ‘덜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더 많은 낙인과 부끄러움이 따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브룩스는 정치, 사회, 문화 트렌드에 대해 칼럼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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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독자 반응


-교수로서 나 역시 AI가 학생들의 지적 역량 개발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 하지만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학생은 광적으로 바쁘다'는 당신의 주장은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았다. 데이터에 따르면 젊은이들은 이미 하루 평균 9시간 이상을 (일이나 학업 시간을 제외하고) 소셜미디어, 인터넷 서핑, 게임, 문자 메시지에 쓰고 있다. AI가 '정신을 위한 정크푸드'일지는 몰라도, 이는 디지털 자본주의 지배자들이 초래한 막대한 해악에 또 다른 해악을 더할 뿐이다. 또한 우리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훔쳐간 다양한 기술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지 못한, 우리의 처참한 실패를 보여줄 뿐이다. 이 칼럼의 제목('우리는 정말 더 멍청해질 각오가 되어 있는가')은 불필요하다. 실리콘밸리와 그 경쟁자들이 이미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최상위 연구중심대학(R1)의 교수다. 브룩스가 묘사한 현상을 정확히 목격했다. 나는 2021년과 2025년에 '전쟁과 평화'를 가르쳤다. 올해 학생들에게 브레인스토밍과 개요 작성에는 AI를 써도 좋지만, AI가 쓴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지는 말라고 했다(돌이켜보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올해 모든 학생의 과제물은 박사과정 학생들도 쓰기 힘든 유려한 문체로 더 훌륭했다. 여기에 내가 10년간 가르치면서 본 학부생 수준을 뛰어넘는, 매우 날카롭고 세련된 주제 문장과 결론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과제물이 비슷하고 뻔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성실한 학생들은 부지런히 인용문을 끼워 넣고 부정행위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글을 다듬었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별다른 수정 없이 AI가 시키는 대로 했다. 결과적으로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 즉 의미 있는 해석을 내놓는 과정이 외주화된 셈이다. 수업 토론 역시 이 슬픈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나는 지난 3주간 매일 6시간씩 가을 학기 강의 계획서를 다시 썼다. 이제 학생들은 먼저 강의실에서 시험 답안지에 자필 시험을 치르고, 그것을 바탕으로 완성된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읽은 것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한 걸음이다. 또한 구술시험보다는 덜 충격적일 것이다. 슬픈 사실은, 초급 사무직 일자리가 사라질 때 고통받는 것은 바로 내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지난 분기 마이크로소프트에서만 1만 4천 명이 해고됐다.


-양질의 공교육 쇠퇴를 초래한 보수주의자들을 지지해놓고, 이제 와서 브룩스가 AI를 한탄하는 건가. 미국은 레이건 시대 이후 의도적으로 지적 성실성을 함양하는 데 실패했다. 이제 지성은 기계에서 나올 것이다. 교육 수준이 낮은 대중의 임금은 점차 삭감될 것이고, 이는 부유층을 위한 사회 지출과 세금 감면이 동시에 이뤄지는 상황에서 벌어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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