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묵 칼럼] 세계는 왜 K를 두려워하는가?
中보고서 “한류, 각국 정치적 혼돈 부추긴다” 경고
중국 공산당의 관료들과 터키와 이란의 보수적 무슬림, 거기에 미얀마의 군부와 벨기에의 학교 교사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함께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이는 어쩌면 마르크스가 유럽의 모든 권력자들이 두려워했다던 ‘하나의 유령’인 공산주의보다 위험하고 강력할 지 모른다. 바로 ‘한류’, 혹은 ‘K’라고 하는 한국 대중문화의 지구적인 확산이다. 과거에는 이런 말이 잘 나오지도 않았지만, 나오더라도 민족주의적 수사, 소위 ‘국뽕’ 취급을 받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한류에 대한 세계인의 경계를 농담, 혹은 과장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전면적 규제는 이미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중국 당국의 한국 대중문화 규제인 ‘한한령’을 둘러싸고, 자국 콘텐츠 시장 육성을 위한 보호 장벽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였지만, 사실 그만큼, 어쩌면 그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들은 실제로 한국 대중문화가 위험한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수입을 막은 것이었다. 각종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금지되었고, 아이돌에 대한 외모 기준을 재검토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슬람 세계도 마찬가지다. 터키에서는 중국의 예시를 들며 한류를 규제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열렬한 한류팬 여학생 셋이 한국에 가겠다고 가출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케이팝 규제를 둘러싸고 터키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터키보다 엄격하게 문화를 통제하는 이란에서도, 혹은 덜 통제하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케이팝을 둘러싼 전투는 계속된다. 중국이나 이슬람 세계나 K는 전통과 도덕을 위협하는 독극물로 간주된다.
또한 한국 대중문화는 정치적 불안정성의 상징으로 통한다. 중국에서는 한류가 정치적 혼돈을 부추긴다며 각국은 이를 주의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칠레 정부는 2019년에 격렬하게 타오른 시위의 주요 참가자로 케이팝 팬들을 지목했다. 태국의 시위 현장에서 그들은 즉석으로 케이팝 음악에 따라 춤을 췄다. 미얀마에서는 블랙핑크 로제의 솔로곡 발매 하루 전 총탄에 산화한 블랙핑크 팬을 추모하고자 로제의 솔로 “On the Ground”를 계속해서 재생했다.
대체 케이팝, 한류는 무엇이길래 이렇게까지 기존의 권위를 떨게 만드는가? 한국 대중문화의 어떤 점이 사람들로 하여금 행동에 나서도록 자극하는가? 여기서는 크게 세 가지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당, 조국, 신앙, 젠더를 뒤흔드는 케이팝의 ‘정체성 정치’
첫째, 한국 대중문화, 특히 케이팝은 소위 말하는 ‘문화적 정상성’을 전면으로 뒤흔든다. 이점은 주로 중국과 이슬람 세계에서 케이팝이 경계의 대상이 된 이유를 설명한다. 일단,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한 케이팝의 팬덤 형성, 조직, 동원 방법론 때문에, 일단 ‘맛’을 들이면 자신의 중요 정체성을 특정 그룹의 팬으로 삼게 된다는 것이 주된 문제다. 중국은 당과 조국에 대한 충성심을, 이슬람 세계에서는 독실한 신앙심을 국민의 핵심적인 정체성으로 삼으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초국적인 케이팝 팬덤의 특성상, 국가와 기성 사회가 주문하는 핵심 정체성은 케이팝 팬덤에게는 아예 버려지지는 않더라도 ‘핵심’의 자리를 회복하기 어려워진다. 한류 자체가 기본적으로 외국 문화인 데다가, 그것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지구적 규모의 팬덤과 마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케이팝은 강한 소속감의 원천인 ‘투쟁심’을 심어준다. 케이팝이 단순히 특정 가수의 노래와 춤 만을 즐기는 것이었다면 상황은 결코 이렇게까지 흘러가지는 않았다. 주로 음원 차트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팬클럽 단체 간의 투쟁, 내부 지위를 두고 벌어지는 같은 팬덤 내부의 투쟁 등 케이팝을 소비한다는 행위는 줄곧 무언가와 싸우는 일과 관련이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케이팝 소비자는 춤과 노래를 즐기다가 어느새 자신이 ‘팬질’하는 그룹을 위해 싸우는 군대의 전사, 팬덤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전통과 권위는 예상도 못 한 강력한 경쟁자를 마주하게 된다.
BTS 지난 9월 UN 총회에 대한민국 대통령과 함께 참석하여 연설을 하는 기회를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발생한 권위의 공백을 케이팝을 비롯한 한국 대중문화 전반이 채우게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각국의 기성세대가 케이팝을 그토록 경계하는 것이다.
케이팝은 ‘성적 정상성’을 정면으로 공격한다. 이는 대략 2015년 이후 등장한 ‘3세대 걸그룹’부터 본격적으로 두드러진다. 보수적인 사람들이 보기에, 한국의 남자 아이돌들은 지나치게 ‘여성스럽게’ 꾸미고, 한국의 여자 아이돌들은 ‘여성성’에 도전하는 퍼포먼스를 종종 보여 준다. 같은 이유로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사회의 청소년들이 케이팝에 더욱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멤버 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케이팝 소비의 특성 때문에, 케이팝 팬덤의 소비 문화는 동성애 문화를 제법 너그럽게 포용한다. 기획사가 어느 정도 의도하였든, 아니면 팬들이 자체적으로 그리 받아 들이든, 사실이 그렇다. 걸그룹 <이달의 소녀(LOONA)>의 경우, 북미를 중심으로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상징과도 비슷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지의 보수적인 기성세대는 케이팝이 무성(無性) 문화와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격렬하게 비난한다.
(후략)
요약
1. 정상세계가 아닌 폐쇄성이 짙은 중국이나 이슬람사회에서 한류가 문제시 되고 있음
2. Kpop 빠순이 팬덤들의 소위 '팬질(씹덕질)'로 단련된 응집력이 정치적으로 활용됨
3. 보수적인 사회의 사상을 건드는 문화가 젊은 사람들에게 유행처럼 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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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뜻이네
다양성을 존중하는 뭔가가 자꾸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