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A 씨는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병원과 7년간의 긴 법정 싸움을 이어왔다. A 씨는 "손자가 엄마를 못 봤으니까 할머니를 보고 '엄마' 하면서 쫓아다녔다. 손자가 커가면서 할머니라는 걸 깨달은 뒤에는 '사고 나면 엄마처럼 된다'며 할머니를 못 나가게 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어떻게든 손자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택시 운전과 경비 일을 했고, 아내 역시 틈날 때마다 식당 주방 일을 돕거나 전단을 나눠주며 돈을 벌었다. A 씨는 "손자를 데리고 딸 병문안에 가면,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딸이 자기 아들 목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가슴 아파했다.
이어 "사위는 딸의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밤이고 낮이고 하루 20시간 가까이 일만 하고 있다. 그 사건이 있고 나서 직장을 그만두고 막노동부터 각종 아르바이트까지 일을 가리지 않고 하고 있다"라며 "딸의 병원비는 간병비까지 포함해서 한 달에 300만~400만원 정도다. 결국 모아둔 돈이 모두 바닥 나 대출까지 끌어다 쓰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 A 씨 측은 의료 소송에서 패소해 모든 소송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고. A 씨는 "소송 비용 안에는 손자도 포함돼 있다. 딸에게 어떤 책임을 묻는 건 이제 포기했지만, 6살짜리 손자에게도 소송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노했다.
양지열 변호사는 "소송 비용은 소송을 참가한 당사자들에게만 내라고 하는 게 원칙이다. 병상에 있는 딸도 원고로 돼 있고, 손자도 엄마가 다쳐서 정신적 손해를 입고 있다는 식으로 원고로 함께 들어가 있는 것 같다"며 "당연히 손자에 대한 집행은 불가능하다. 의료 사고로 인한 피해의 경우 정책적 차원에서 일정 부분 보조해 줘야 한다. 당사자들이 모든 책임을 지는 건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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