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병원 버스 정류장.
교통카드 단말기에 엉뚱하게 '남산1호터널 요금소'로 잘못 표시되는 버스가 있습니다.
단말기 인식 오류인데, 한두 대가 아닙니다.
'남산1호터널' 정류장은 운영 편의상 만든 가상 정류장이지 실제로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곳도 아닙니다.
직장인 김 모 씨의 퇴근길 동선입니다.
직장이 있는 서울 청량리에서 지선버스를 타고 순천향대학병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요금이 1,500원입니다.
여기서 광역버스로 환승해 경기 용인 집에 가면 요금이 1,600원 더 붙습니다.
광역버스 요금은 거리에 비례해 늘어나는데, 김 씨가 단말기 오류로 남산1호터널에서 갈아탄 게 되면, 버스를 3km 정도 더 탄 셈이어서 1백 원이 더 붙습니다.
김 씨가 3년 치 교통카드 내역을 봤더니 모두 1백 건 정도 요금을 더 낸 것으로 나왔습니다.
[김 모 씨/광역버스 승객]
"신뢰를 하고 일일이 내역서를 보지 않아요. 아무도 경기도에서든 누구든 이거를 관리를 안 하고 있었다는 거잖아요."
경기도가 파악한 원인은 "전파 방해로 인한 GPS 위치정보 오류"입니다.
남산1호터널에 들어간 버스는 위치정보를 잃는데, 터널을 통과하고 제 위치를 잡기 전에 전파방해로 위치정보 오류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재밍'이라고 불리는 전파 방해는 경호 등을 위해 GPS 위성 신호보다 훨씬 강한 교란 전파를 쏴서 전자기기 원격 작동을 막는 기술입니다.
남산 1호 터널 반경 2㎞ 안에는 국방부와 합참, 미군기지, 주요 공관 등이 밀집해 있어 이 일대에선 예전부터 '재밍'이 잦았습니다.
교통카드 단말기 업체는 2022년 5월 이후 전파 방해가 심화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터널 인근이 재밍 현상 발생 지역으로 수신이 지연되거나 잘못 인식한다"는 겁니다.
[지규인/건국대 전자공학부 교수]
"출력을 세게 쏘면 그 정도 거리면 충분히 '재밍' 될 개연성은 있죠."
경기도는 남산1호터널을 지나 경기도로 가는 28개 노선에 대한 환불을 단말기 업체에 요청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순천향대학병원 정류장 광역버스 환승객은 하루 6천 8백여 명.
누적 환승객은 지난달까지 36만 4천여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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